Sophie Calle "Les aveugles"/ 소피칼 "맹인들"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 0

Sophie Calle
"Les aveugles"
Beau livre (broché). Paru en 11/2011
79 euro



  최근에 몇가지 일을 보러 나왔다가 다음 약속시간까지 1시간이 남았던 날이 있다.
그 날, 시간을 때우러 서점에 갔었다. 요즘엔 항상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던 터라 꽤 오랜만의 서점 방문이었다. 2층에서 새로나온 음반들을 조금 둘러보다가 이내 예술서적 코너로 걸어갔다. 마침 신간란에 소피 칼(Sophie calle)의 Les aveugles(맹인들)이란 책이 있었다. 얼마전의 그녀의 오래된 책 중 하나인 Les histoires vraies 를 읽었기도 하고, 형광 노란색의 깔끔한 책 표지가 정말 예쁘기도 해서 바로 집어들었다.

  책은 세 가지 질문에 따른 테마로 나뉘어 있었다. 처음 부분에선,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나 한번도 세상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당신에게 아름다움이란"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걸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질문과 함께 첫 페이지가 시작되고, 맹인들의 포트레이트, 그리고 그들의 대답, 그들의 대답을 소피칼이 사진으로 표현한 것들이 차례로 이어진다. 각각의 파트는 점자로 새겨진 페이지가 추가되어 맹인들 역시 읽을 수 있게 제본되어 있었다.
두번째 파트는 나중에 시력을 잃은 후천성 시각장애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본 가장 아름다웠던 것"을 물어봤던 것 같다. 이 역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사진과 글, 점자로 번역된 페이지로 구성된다.
세번째는 유명한 아트작품의 크리틱을 읽게하고 그 작업에 대해 상상하거나 느낀 것이었던가. 세번째 파트를 읽기 시작한 지 조금 뒤 핸드폰이 울렸다. 벌써 약속시간 10분 전 이었다. 아쉽지만 바로 책을 덮고 서둘러 약속장소로 가야했기 때문에, 세번째 파트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음만 같아서는 책을 사들고 서점을 나서고 싶었지만, 책 가격이 79유로였다. 한국돈으로 12만원정도이다. 솔직히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느꼈지만, 학생으로선 당연히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사두고 싶다.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서점을 나섰지만, 손끝에는 점자책의 점자를 만지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했다. 나는 점자를 읽는 법은 모르지만, 책의 3분의2 정도를 읽는 내내 점자를 읽듯 책을 더듬더듬 만지며 읽어보았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본따 소피칼이 찍은 사진들 역시 트래싱지에 인쇄되어 있어서 그런지 만질 때에 약간의 질감이 느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책 안에 온통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이 책 안의 작업들은 '맹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몇차례 전시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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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는 무관한 내용이지만, 점자에 대해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광고영상을 발견했다.
햄버거 빵 위에 붙어있는 깨들을 점자모양으로 붙혀서 구웠는데 이는 시각장애인들도 자신이 먹는 음식을 알고 먹을 권리가 있다는데서 아이디어가 나온 것 같다. 다들 점자 글을 읽고 환한 미소를 짓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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