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월 2012

Nello, Patrasche et du pain européen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빵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 0

 어렸을 때 "플란더스의 개" 같은 유럽배경의 만화들을 보면서, 항상 등장하는 "빵"이 너무 먹고 싶었었다. 그땐 정말 너무너무너무 먹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넬로가 눈물을 흘리며 딱딱한 빵을 먹는 슬픈 장면을 보면서도 저건 무슨맛일까 궁금해 했었다. 근데 막상 직접 프랑스땅에 발을 디디고 그런 빵을 처음 먹었을때, 그런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별 생각 없이 먹었던 것 같다. 그런 감정을 찾고 싶다. 빵이 아니라 다른것에서.

Quand j'étais toute petite, je regardais des bandes dessinés que l'histoire se déroulait en Europe comme "A Dog of Flanders". Là, j'avais toujours envie de manger du PAIN européen parce que cela n'existait pas en Corée. 
Maintenant je suis en Europe, je mange souvent du pain mais je n'ai jamais pensé à ce que combien de fois j'ai désiré goûter du pain européen. Méme si ce désir de mon enfance était tellement fort.
Je veux bien trouver un sentiment comme ce désir-là, cela doit être une sensation très forte. Pas du pain mais quelque chose de bien.



http://en.wikipedia.org/wiki/A_Dog_of_Flanders

앤트워프의 대성당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만화속에서 네로가 루벤스의 그림을 보며 죽어간 곳이 이곳이라는 것 역시 있고 있었다.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네로와 파트라슈를 떠올리며 그림을 보고 싶다.

J'ai déjà visité la cathédral d'Antwerp en Belgique, mais j'avais aussi oublié la scène où Néllo mourrait en regardent la peinture de Rubens "The Elevation of the Cross". Si j'aurais l'occasion d'y retourner, je songerai à Nello et Patrasche en regardant la peinture.

Georges Bataille "Histoire de l'oeil" 조르주 바타유 - 눈 이야기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 0


  파솔리니의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을 봤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난 꽤 비위가 강한 사람인가 보다.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내가 여태까지 읽은 책중 가장 에로틱하고 변태적인 내용이었는데도 끝까지 읽은 걸 보면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읽고자 결심한 건 1학년 미술역사 수업 때 교수님이 이 저자의 이름을 몇 번 언급했기 때문인데, 무슨 내용에서 나왔는지는 기억도 나질 않는다. 어쨌든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다가, 도서관의 정신•의학 서적 쪽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제대로 된 리뷰를 쓰려면 두어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용기는 안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루이 브뉴엘과 살바도르 달리의 단편 영화 "안달루시안의 개"에서 면도칼로 눈을 자르는 장면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나에게는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장면이었고, 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장면이 이 소설 속에 있었다. (나는 면도칼과 같은 종류의 날카로운 것만 보면 그 장면을 떠올린다.) 소설 출판년도가 1928년 이고, 안달루시안 개가 1929년에 만들어졌으므로 이 책에서 그 장면을 따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확실치 않다. 어쨌거나 조르주 바타유는 초현실작가들과 어울려 다니며 저술활동을 펼쳤다고 하니, 구지 누가 먼저였는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2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이 13파트로 책의 90퍼센트를 구성하고, 2장은 몇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이 적혀있다. 2장에서 말하길, 실제로 저자의 아버지는 매독환자에 맹인이었고,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고 정신착란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극도로 불안한 가정환경을 혐오했다고 나와있다. 이 마지막 장에서 독자들은 1장에서 반복, 강조되는 "눈" 이라는 요소와 여러 강박적인 요소들이 그의 아버지와 그의 삶 자체에서 끌어져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눈 이야기〉
〈눈 이야기〉는 1926년 바타유가 프랑스 작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정신분석을 받고 난 후 '더 개방적이고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져 탈고한 첫 장편소설이다. 무(無)와 불결함 그리고 외설스러움에 대한 근본적인 갈망을 담은 이 소설 은 어쩌면 매우 강도가 높은 성(性) 입문의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쾌락에 탐닉하는 화자와 시몬, 마르셸의 현기증나는 체험을 통해 바타유가 드러내고자 하 는 것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드러워진 강박에 다름아니다. 작가 자신 불우한 어린 시절에 생겨난, 뿌리깊은 강박. 바타유의 모든 저작에 등장하는 강박적인 요소들(성(聖), 에로티즘, 죽음, 불가능)은 이 작품을 통해 자유롭게 비약하기 시작한다. ·
제1장 이야기 : 1. 고양이의 눈 - 열여섯 살의 화자는 시몬을 만난다. 그들 은 함께 성적 유희에 탐닉하고, 자신들이 몰던 자동차에 치여 죽은 한 소녀를 바라보며 쾌 감을 느낀다.
2. 노르망디의 장롱 - 그들은 내성적이고 순진하며 독실한 마르셸을 자신들의 유희에 끌어들인다. 시몬은 '엉덩이로 달걀을 깨는 기벽'을 갖게 되고, 샴페인을 마신 마르 셸은 성적(性的) 경련을 일으키지만,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나타나서 그들을 쫓아내는 바람 에 화자는 그 순간을 이용할 수가 없다.
3. 마르셸의 냄새 - 화자는 시몬 집으로 피신한다. 파티가 끝난 뒤 요양원에 갇힌 마르셸 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힌 시몬과 화자는 마르셸 없이는 사랑을 나누지 않기로 한다.
4. 태 양의 흑점 - 그들은 요양원에 가지만 친구를 탈출시킬 수가 없다. 하지만 창문 뒤에 서 있 던 마르셸은 잔디밭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시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한다.
5. 핏줄기 - 그 들은 시몬 집으로 돌아간다.
6. 시몬 - 그들은 여기서 6주 동안 머무른다. 그리고 그 동안 마르셀을 어떻게 해야 될지 상상하며 달걀을 가지고 논다.
7. 마르셸 - 결국 요양원에서 도 망치는 데 성공한 마르셸은 '단두대의 신부인 추기경'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해달라고 그들 에게 부탁하는데, 이 추기경이란 파티를 하던 도중에 그녀가 스스로 틀어박혀 있던 장롱에 서 그녀를 끄집어낸 화자에 대한 흐릿한 기억에 다름아니다.
8. 죽은 여자의 떠 있는 눈 - 화자의 집에 온 마르셸은 목을 맨다.
9. 음란한 동물들 - 다음날 화자와 시몬은 스페인으로 가서 영국인 백만장자인 에드먼드 경을 만난다.
10. 그라네로의 눈 ∼ 11. 세비야의 태양 아래서 - 에드먼드 경은 두 사람을 투우 경기장에 데려가고, 투우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시몬은 황소의 생불알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이 불알을 가지고 성적 유희를 벌 임으로써 마르셸의 이미지를 되살린다.
12. 시몬의 고해와 에드먼드 경의 미사 - 세비야의 한 성당에서 시몬은 고해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고해신부의 목을 졸라 죽인다.
13. 파리의 다리들 - 시몬은 고해신부의 눈알을 파내서 황소불알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엉덩 이 사이에 집어넣고 논다. 제2장 일치들 : 저자는 앞의 이야기를 해석하면서 아버지의 실명(失明)과 어머니가 목 매단 일을 회상한다.
〈눈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모든 것들은 바로 그 시절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개인사적으로, 나아가 사회적으로 동요와 폭력의 시대에 태어난 이 작품에는 니체적 비 관론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들은 1957년 출판된 〈하늘의 푸른 빛〉에서 좀더 과격하고 선명한 형태로 변주된다.
출처 : 눈 이야기 - 조루주 바타유|작성자 물과꿈의 글검색

김영하 "빛의 제국"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 0



  읽고 난 뒤에 여운이 좀 컸다.
  고작 2년 반. 한국에서 13시간 걸리는 먼 나라에 혼자 뚝 떨어져 지낸 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상황은 완전히 다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인 북한에서 교육받아 남파된 '기영'은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외국 유학생의 삶과도 꽤 잘 맞아 떨어진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처음 읽었을 때, 주인공이 나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좀 씁쓸했던 기억이 있는데, "빛의 제국"을 읽을 때에도 뭔가 비슷한 종류의 감정을 느꼈다. 책은 참 좋았지만 마음이 참 싱숭생숭하다.

 책의 표지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선택한 것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낮의 밝고 푸른 하늘에 대조적으로 말도 안되게 어두운 대지의 풍경. 마치 소설을 읽고 그에 맞춰 주문된 일러스트 이미지 처럼 소설의 분위기를 깔끔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는 매미하고 슬프다이. 나는 매미하고 슬프다이."
  철수는 할머니가 유난히 매미의 울음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러나 사실은 가여워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문법은 틀려도, 아니 어쩌면 틀렸기 때문에 더더욱 할머니의 슬픔이 손실 없이 철수의 심장으로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것은 슬픔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비통한 것이어서 어린 철수는 그것의 무게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할머니의 슬픔이 감자 자루처럼 어깨와 등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그는 어서 아버지가 내려와 자기를 데려가주기를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221페이지, 철수의 할아버지가 죽었을 때 할머니가 슬퍼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제일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에서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해.." 라고 말하던 부분 이후로, 그만큼 슬퍼하는 이의 감정을 강하게 전달하는 표현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그 대목을 읽을 때 만큼의 진한 여운을 느꼈고, 이 "매미하고 슬프다이"하는 표현에서 형성되는 청각적이며 시적인 어떤 분위기는 참 묘하면서 짠하고, 또 아름답게 느껴졌다.

"À la couleur" Jan Voss

2012년 2월 15일 수요일 § 0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 중 하나.
Jan voss 라는 아티스트의 에세이 "À la couleur"이다.
다양한 주제의 짧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의 아뜰리에 사진이라던가 그의 작업들도 볼 수 있어 시간 날 때 틈틈히 읽기에 좋았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책 곳곳에 그려져 있는 아기자기한 낙서들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링글리도 떠오르고, 이런 그림은 무슨 생각으로 그릴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해서 바로 집어 들었다. (책을 다 읽고보니 그는 데이비드 슈링글리와는 매우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한다.)

책 또는 웹서치에서 알게 된 몇가지 사실은, 그가 현대 미술사에서 꽤 잘 알려진 아티스트라는 점. 1936년도에 함부르그에서 태어나 현재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파리의 현대미술관에서 1978년에 이미 회고 전시도 가졌었다는 것. 그리고 1987년부터 1992년까지는 파리의 국립미술학교 에꼴 나쇼날 슈페리에흐 데 보자르에서 교수직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미술을 공부 하는 사람으로서 또는 페인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아티스트의 글을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게다가 이 작가가 독일에서 태어나 나중에 불어를 배운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문장구조가 참 단순해서 외국인 또는 불어 초심자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책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불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을 때를 회상하며 그때의 불완전성을 약간은 그리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이 대목은 공감이 정말 많이 갔다. 나에게 불어는 아직도 상당히 불분명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와 비교하면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얇은 비닐 천막으로 가려진 세상을 부유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천막을 벗겨내고 현실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안개낀 세상속의 생활은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개인의 차이에 따라 맑게 개인 날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그 밖에 작가의 독특한 사고방식 및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점 역시 볼 수 있는 몇가지 일화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작가가 일본에 갔을 때 신발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발을 "이성 유혹의 수단"이라고 생각해 왔던 그에게 신발을 벗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작가는 양말을 신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그의 친구들의 권유에 못이겨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발가벗겨진 듯한 그의 심정과는 다르게 친구들은 그의 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는 안도감과 함께 어떤 실망감을 느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두번째로 첨부한 사진속의 텍스트는 정말 귀엽다고 느꼈는데, 책 분위기 자체가 이런 분위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글은 글을 읽고 텍스트 옆의 이미지를 바라봐야 한다.

-------------------------------------
두번째 사진 속 텍스트.


"Reproche"
Quelque chose de bizarre en rentrant, comme une présence. Mais il n'y a personne  évidemment. Comment d'ailleurs quelqu'un aurait-il pu entrer? Je me mets à inspecter les lieux plus attentivement. Sur la table, des crayons éparpillés, des feuilles de papier de différents formats entassées par petits tas séparés, des pots de yaourt sevrant de récipients d'eau, des pinceaux et autres outils, non, vraiment rien à signaler. Mais si, il y a une minuscule trace brillante, là, comme celle d'un petit escargot. Elle va de la pointe d'un pinceau vers une aquarelle que j'ai abandonnée cet après-midi. La ligne, un peu hésitante et ondulante, s'arrête sur la petite feuille et je vois que deux yeux me regardent avec reproche.

"비난"
  무언가 이상한 것이 들어오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곳엔 당연히 아무도 없다. 그래, 누가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겠는가? 나는 이 장소들을 좀 더 조심스럽게 검사하기 시작한다. 테이블 위, 흩어져있는 크레용들, 작은 무더기로 분리되어있는 다양한 포맷의 종이장들, 물통처럼 쓰이던 요거트 그릇들, 여러자루의 붓, 그 밖의 도구들. 음 아니야. 역시 눈에 띄는 특별한 것은 없다. 아, 여기 뭔가 있다. 여기 이 빛나는 작은 자국, 작은 달팽이의 자국같은 것. 그것은 붓의 끝부분에서 내가 오늘 오후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둔 수채화를 향해 가고 있다. 약간은 망설이는 듯한 구불구불한 이 선, 이는 어떤 작은 종이 위에 멈춘다. 그리고는 나를 비난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위의 사진을 보세요.




Sophie Calle "Les aveugles"/ 소피칼 "맹인들"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 0

Sophie Calle
"Les aveugles"
Beau livre (broché). Paru en 11/2011
79 euro



  최근에 몇가지 일을 보러 나왔다가 다음 약속시간까지 1시간이 남았던 날이 있다.
그 날, 시간을 때우러 서점에 갔었다. 요즘엔 항상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던 터라 꽤 오랜만의 서점 방문이었다. 2층에서 새로나온 음반들을 조금 둘러보다가 이내 예술서적 코너로 걸어갔다. 마침 신간란에 소피 칼(Sophie calle)의 Les aveugles(맹인들)이란 책이 있었다. 얼마전의 그녀의 오래된 책 중 하나인 Les histoires vraies 를 읽었기도 하고, 형광 노란색의 깔끔한 책 표지가 정말 예쁘기도 해서 바로 집어들었다.

  책은 세 가지 질문에 따른 테마로 나뉘어 있었다. 처음 부분에선,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나 한번도 세상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당신에게 아름다움이란"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걸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질문과 함께 첫 페이지가 시작되고, 맹인들의 포트레이트, 그리고 그들의 대답, 그들의 대답을 소피칼이 사진으로 표현한 것들이 차례로 이어진다. 각각의 파트는 점자로 새겨진 페이지가 추가되어 맹인들 역시 읽을 수 있게 제본되어 있었다.
두번째 파트는 나중에 시력을 잃은 후천성 시각장애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본 가장 아름다웠던 것"을 물어봤던 것 같다. 이 역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사진과 글, 점자로 번역된 페이지로 구성된다.
세번째는 유명한 아트작품의 크리틱을 읽게하고 그 작업에 대해 상상하거나 느낀 것이었던가. 세번째 파트를 읽기 시작한 지 조금 뒤 핸드폰이 울렸다. 벌써 약속시간 10분 전 이었다. 아쉽지만 바로 책을 덮고 서둘러 약속장소로 가야했기 때문에, 세번째 파트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음만 같아서는 책을 사들고 서점을 나서고 싶었지만, 책 가격이 79유로였다. 한국돈으로 12만원정도이다. 솔직히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느꼈지만, 학생으로선 당연히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사두고 싶다.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서점을 나섰지만, 손끝에는 점자책의 점자를 만지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했다. 나는 점자를 읽는 법은 모르지만, 책의 3분의2 정도를 읽는 내내 점자를 읽듯 책을 더듬더듬 만지며 읽어보았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본따 소피칼이 찍은 사진들 역시 트래싱지에 인쇄되어 있어서 그런지 만질 때에 약간의 질감이 느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책 안에 온통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이 책 안의 작업들은 '맹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몇차례 전시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이 글과는 무관한 내용이지만, 점자에 대해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광고영상을 발견했다.
햄버거 빵 위에 붙어있는 깨들을 점자모양으로 붙혀서 구웠는데 이는 시각장애인들도 자신이 먹는 음식을 알고 먹을 권리가 있다는데서 아이디어가 나온 것 같다. 다들 점자 글을 읽고 환한 미소를 짓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였다.


이웃집 아티스트 mon voisin l'artiste

2012년 2월 5일 일요일 § 0

   내가 살고 있는 건물엔 아티스트가 두명이나 살고 있다. 아니 나까지 하면
세명으로 쳐야겠다.

  사실 나는 이웃과 자주 왕래하는 편은 아니다. 요즘 세상 자체도 왠지 그런 분위기가 아닐뿐더러, 내가 유독 개인장소는 공유하는 편이 아니라 더 그렇게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낭트에 1년 반 사는 동안 사람들을 집에 초대한 게 단 한번. 내 생일파티때 뿐이다. 우리집에서 3분 거리에 사는 환희언니는 지인중에 그나마 제일 많이 우리집에 왔는데, 그래도 열번이 안넘을 거다.

  어쨌든, 나는 2층에 살고 있고 오늘 얘기하려고 하는 이웃집 아티스트는 1층에 살고있다. 그의 이름은 manu. 언젠가부터 건물 마당에 페인트 묻은 물건들이나 신기한 물건들이 조금씩 보이는 가 싶더니, 그가 나타났다. 여름이면 그의 집 현관문은 자주 열려있어 지나다닐 때 어쩔수 없이 내부를 보게되어있었다. 아 집을 참 어지럽게도 해놓고 사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서로 처음 마주친 날, 그는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소개했고, 나는 나를 미술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는 자기 작업을 보여주며 자신은 "art brut"를 한다고 말했다.

  구지 분류하자면 나는 구상화를 한다. 구상화는 추상화의 반댓말이라고 하면 쉽게 설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뉘는 추상화를 한다. 추상화는 상상의 여지도 많이 남겨주고, 참 흥미로운 스타일인 것은 확실하다. 보는이의 경험에 따라 정말 다양한 관람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 나는 추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마 내가 순수하게 색깔과 형태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찾는 스타일이라기보다 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남들이 이해해줬으면 하는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주절주절 얘기하지만 사실 스타일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 중 하나다. 마뉘가 처음에 구상화로 미술을 시작했듯이.

  솔직히 추상화 아트 거장들의 그림들을 수도없이 봐왔지만, 거기에서 강렬한 감동이라던가 하는 것을 받아본 적은 별로 없었다. (아, 예외적으로 피에르 술라쥬의 회고전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마뉘의 그림은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가 쓰는 색의 배합이라던지, 한쪽 표면은 무언가에 긁힌 것 처럼 거칠게 표현하고 한쪽표면은 부드럽게 하는 등의 다양함을 주는 테크닉등도 재미있었다. 한 예로, 노란물감으로 거칠게 표현된 부분은 사막의 모래를, 코발트블루 색깔의 부드러운 부분은 밤하늘을 연상시켜 밤의 사막 풍경을 나타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사진1)이 있다. 또 어느 그림은 파도치는 하얀 물결과 분홍빛 바위, 분홍빛 숲을 연상시키기도 한다.(사진1) 밝은 연둣빛과 검정색의 조합(사진2)은 그림을 어느 방향으로 감상해도 그 나름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나는 위의 그림을 통해 아름답고 어두운 바다를 떠올렸다.

  사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그의 삶과 그의 작업들의 관계였다.
어떤 얘기를 하다가 내가 샤를르 보들레르의(charles baudelaire) 책 "인공 천국(les paradis artificiels)"얘기를 꺼냈었다. 이는 시인이 시적 창작과 마약에 관계에 대해 적은 에세이다.
마뉘는, 인공천국은 인공이 아니라 진짜다. 라고 했다.
아마도 그는 그 진짜세계를 그리기 위해 취해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는 중에도 마뉘는 럼을 마시고 있었다.



photo1
 

  Dans mon immeuble il y a deux artistes, non, trois si on m'inclue.

  En fait, je ne suis pas quelqu'un qui fréquente beaucoup mes voisins. Peut-être à cause de l'ambiance du monde actuel, j'ai du mal à partager mon espace privé. Il n'y a qu'une seule fois où j'ai invité des gens chez moi, c'est à mon anniversaire. Fany qui habite tout près de chez moi, est la personne qui est la plus souvent venue chez moi. Mais même pour elle, le nombre de visites ne dépasse pas dix.

  J'habite au premier étage et mon voisin l'artiste dont je vais vous parler, habite au rez de chaussée. Depuis un moment, je voyais des objets bizarres ou des pots de peinture dans la cour de l'immeuble.
L'été dernier, il lassait sa porte d'entrée ouverte, donc j'étais un peu obligée de regarder à l'intérieur de chez lui.
Je me disais "je ne sais pas qui habite ici mais c'est vraiment le bazar"

  Le premier jour où l'on s'est rencontrés, il s'est présenté comme artiste et moi, comme étudiante de beaux-arts. C'est alors que Manu, c'est son prénom, m'a proposé de regarder ses travaux artistiques. Il m'a expliqué qu'il faisait "art brut".

  Si l'on devait distinguer nos styles de travaux, moi je fais plus de l'art figuratif. Pour expliquer très facilement, l'art figuratif est le contraire de l'art abstrait, Manu fait de l'abstrait. C'est un style très intéressant, cela donne beaucoup de possibilités pour l'imagination des spectateurs. Mais je n'ai pas envie de faire de l'abstrait peut-être parce que je ne sais pas comment le faire. J'ai plutôt envie de raconter quelques choses à travers mes peintures aux spectateurs. Alors que le but de l'art abstrait est plutôt de trouver la beauté dans la forme et la couleur. Mais le style est quelque chose de très facile à changer, donc peut-être que dans l'avenir j'évoluerais vers l'art abstrait. Au départ, Manu aussi faisait de l'art figuratif.

  J'ai vu pas mal d'oeuvres abstraites, mais Je n'ai pas forcément eu une grande émotion à les regarder.
(par contre, j'aimais bien l'exposition rétrospective de Pierre soulage.) Cependant, en ce qui concerne les travaux de Manu je les trouve intéressant. L'ensemble des couleurs qu'il combine, la technique qu'il utilise, donne une grande diversité à la surface de ses toiles. L'assortiment de coups de pinceaux très rêches à des coups de pinceaux plus doux, me font penser à un paysage de nuit dans le désert avec ces couleurs en or et bleu cobalt (photo1). Une autre peinture contient une forme carré de couleur blanche, qui me fait penser à la mer qui ondule. Des formes roses autour de la masse blanche composent une forêt d'arbres et de roches (photo1). Une peinture d'un ensemble de couleurs noire et verte claire, donne une multitude d'interprétations (photo2). Cela peut devenir une mer noire et un ciel vert clair ou le contraire un ciel noir et une mer verte claire. En tout cas, pour moi, c'était une mer très sombre.

Ce qui est le plus intéressant, c'était le lien entre ses travaux artistiques et sa vie. Nous en avons discuté plus d'une heure. A un moment donné, j'ai parlé du livre qui s'appelle "les paradis artificiels" de Charles baudelaire. C'est un essai où le poète traite de la relation entre les drogues et la création poétique. Là, Manu m'a dit  "les paradis artificiels ne sont pas artificiels, ils sont réels et existent vraiment."
Etait-il ivre pour mieux peindre, s'approchant ainsi des paradis artificiels qui lui semblaient bien réels.
Manu buvait même du rum pendant qu'il me présentait ses pein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