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À la couleur" Jan Voss

2012년 2월 15일 수요일 § 0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 중 하나.
Jan voss 라는 아티스트의 에세이 "À la couleur"이다.
다양한 주제의 짧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의 아뜰리에 사진이라던가 그의 작업들도 볼 수 있어 시간 날 때 틈틈히 읽기에 좋았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책 곳곳에 그려져 있는 아기자기한 낙서들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링글리도 떠오르고, 이런 그림은 무슨 생각으로 그릴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해서 바로 집어 들었다. (책을 다 읽고보니 그는 데이비드 슈링글리와는 매우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한다.)

책 또는 웹서치에서 알게 된 몇가지 사실은, 그가 현대 미술사에서 꽤 잘 알려진 아티스트라는 점. 1936년도에 함부르그에서 태어나 현재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파리의 현대미술관에서 1978년에 이미 회고 전시도 가졌었다는 것. 그리고 1987년부터 1992년까지는 파리의 국립미술학교 에꼴 나쇼날 슈페리에흐 데 보자르에서 교수직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미술을 공부 하는 사람으로서 또는 페인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아티스트의 글을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게다가 이 작가가 독일에서 태어나 나중에 불어를 배운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문장구조가 참 단순해서 외국인 또는 불어 초심자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책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불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을 때를 회상하며 그때의 불완전성을 약간은 그리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이 대목은 공감이 정말 많이 갔다. 나에게 불어는 아직도 상당히 불분명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와 비교하면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얇은 비닐 천막으로 가려진 세상을 부유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천막을 벗겨내고 현실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안개낀 세상속의 생활은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개인의 차이에 따라 맑게 개인 날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그 밖에 작가의 독특한 사고방식 및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점 역시 볼 수 있는 몇가지 일화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작가가 일본에 갔을 때 신발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발을 "이성 유혹의 수단"이라고 생각해 왔던 그에게 신발을 벗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작가는 양말을 신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그의 친구들의 권유에 못이겨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발가벗겨진 듯한 그의 심정과는 다르게 친구들은 그의 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는 안도감과 함께 어떤 실망감을 느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두번째로 첨부한 사진속의 텍스트는 정말 귀엽다고 느꼈는데, 책 분위기 자체가 이런 분위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글은 글을 읽고 텍스트 옆의 이미지를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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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사진 속 텍스트.


"Reproche"
Quelque chose de bizarre en rentrant, comme une présence. Mais il n'y a personne  évidemment. Comment d'ailleurs quelqu'un aurait-il pu entrer? Je me mets à inspecter les lieux plus attentivement. Sur la table, des crayons éparpillés, des feuilles de papier de différents formats entassées par petits tas séparés, des pots de yaourt sevrant de récipients d'eau, des pinceaux et autres outils, non, vraiment rien à signaler. Mais si, il y a une minuscule trace brillante, là, comme celle d'un petit escargot. Elle va de la pointe d'un pinceau vers une aquarelle que j'ai abandonnée cet après-midi. La ligne, un peu hésitante et ondulante, s'arrête sur la petite feuille et je vois que deux yeux me regardent avec reproche.

"비난"
  무언가 이상한 것이 들어오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곳엔 당연히 아무도 없다. 그래, 누가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겠는가? 나는 이 장소들을 좀 더 조심스럽게 검사하기 시작한다. 테이블 위, 흩어져있는 크레용들, 작은 무더기로 분리되어있는 다양한 포맷의 종이장들, 물통처럼 쓰이던 요거트 그릇들, 여러자루의 붓, 그 밖의 도구들. 음 아니야. 역시 눈에 띄는 특별한 것은 없다. 아, 여기 뭔가 있다. 여기 이 빛나는 작은 자국, 작은 달팽이의 자국같은 것. 그것은 붓의 끝부분에서 내가 오늘 오후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둔 수채화를 향해 가고 있다. 약간은 망설이는 듯한 구불구불한 이 선, 이는 어떤 작은 종이 위에 멈춘다. 그리고는 나를 비난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위의 사진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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