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RÉEL EST INADMISSIBLE -DʼAILLEURS IL NʼEXISTE PAS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 0


전시회장 앞에 붙어있던 전시 포스터 -그림은 philippe cognée
Hab galerie 입구, 퐁피두 1층에 있는 서점처럼 한쪽에서 전시 카탈로그와 아트북들이 판매되고 있다.
Hangar à bananes, 동그란 원들은 Daniel Buren의 설치작업 Les Anneaux de Buren



12월 초에 학교메일로 한 전시회 베르니사주 초대 메일을 받았었다.

전시회 제목은 Le réel est inadmissible - d'ailleurs il n'existe pas
"용인될 수 없는 현실 -더구나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될 것 같다.
2011년 12월 3일부터 2012년 2월 5일까지 Hangar à bananes 의 Hab Galerie에서 열린 전시이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다섯 국가의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Darren Almond(영국), Marc Bauer(스위스), Philippe Cognée(프랑스), Eberhard Havekost(독일), Jim Jarmusch(미국).

사실 Jim jarmusch(짐 자무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래서 더욱더 '이 전시는 놓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었던 건데, 아쉽게도 전시관에서 상영되고 있던 영화는 내가 예전에 이미 본 The limits of control(2009)이었다. 그리고 내가 도착했을 땐 한창 영화의
중간부분이 나오고 있었으므로 과감히 패스했다.

전시회장에 오기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아티스트는 짐 자무시 말고도 필립 꼬녜(Philippe Cognée)가 있었다. 내가 내 페인팅 작업을 교수님들께 보여줬을 때, 한 교수님이 참고할 만한 아티스트로 언급한 적이 있었고, 같은 학교인 호암오빠 역시 그의 한 작업(La foule)을 추천해 주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번은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한 프랑스인 친구가 우연히 아트채널에서 필립 꼬녜의 작업과 작업방식을 본 뒤, 그런 느낌이 참 좋은거 같다며 나도 살짝 그런 느낌을 따라해 보는건 어떻겠냐고 말한적도 있었다. 이렇게 세명씩이나 같은 아티스트를 추천해 주니,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어 인터넷을 통해 그의 작업들을 보게 되었다. 페인팅을 한 후 그 위에 플라스틱 필름을 놓고 다리미로 다려서 흐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그의 작업방식은 참신하면서도 재미있었고 그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들도 꽤 흥미로웠다. 그리하여 참 그에 대한 기대가 참 많았는데,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 내 맘에 쏙 들어오는 그림은 없었다.
(참고로, 필립 꼬녜는 우리학교(에꼴 데 보자르 드 낭뜨)를 졸업했고, 2004년도 마르셀 뒤샹 상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 전시목록을 보니 2007년 2008년 서울의 Johyun gallery에서도 전시를 했던 기록이 있다.)

이 전시에서 내가 새롭게 발견한 아티스트는 Eberhard Havekost 였다. (에버하드 하베코스트? 독일이름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프랑스 식으로 읽으면 '에베하흐 아베코스트' 정도인데.. 다음에 독일인을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일단 아티스트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1967년에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에 거주중이고, 그의 작업은 모마 컬렉션이나, 덴버 아트 뮤지엄, 테이트 뮤지엄에도 전시중이라고 한다. 그는 주로 TV나 비디오, 잡지, 카탈로그 등의 사진이나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기본 소스로 이용한 페인팅들을 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전시된 작업들만 해도 바로 그런 점들을 느낄 수 있다. 유화작품들이 여러점 있었는데, 흐린 숲의 이미지같은 페인팅들도 있었고, 부서진 차를 그린 그림들도 있었다. 부서진 차들의 이미지는 플래쉬가 터진듯한 느낌의 빛표현이라던가 앵글이라던가 모든게 다큐멘터리 사진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superstar 2 라고 이름붙여진 높이 2미터 넓이 4미터의 거대한 페인팅이었다. 사실 왜 좋았던 지는 잘 모르겠지만, 4미터를 왔다갔다 하며, 또 몇발자욱 뒤로 물러나며 계속 계속 바라보게 하는 그림이었다. 또한 왼쪽구석에 있는 작고 뜬금없는 이미지는 이 작품의 미스테리함을 극대화시키는 듯하다.
나는'전시회의 주제와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네' 하고 생각했다.
용인되지 않는, 게다가 존재하지도 않는 현실.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냥 느껴졌다.

그리고 전시회장에서 전시 가이드 봉사를 하고있던 친구 마리안을 만났다.
나는 말했다.
-나쁘지 않네, 느낌은 알겠는데 뭔가 어렵다.
마리안이 대답했다.
-응, 이 전시는 설명을 듣고봐야 더 재밌는 것 같아.
그리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역시 작가들의 의도와 작업설명을 듣고 작업을 보면 더 이해하기 쉽고, 더 흥미롭다.
하지만, 굳이 설명까지 듣지 않고도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작업들은 항상 있다.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아, Darren Almond의 비디오도 기억에 남았는데, Bearing이라는 35분길이의 비디오는 어떤 동양 남자가 산을 올라가면서 짐 같은걸 나르는 것을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찍은 것이었다. 그 사람의 몸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과 그 뒤로 산의 풍경과 하늘 등이 보였다. 그것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는 어깨에 뭔가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고 내리는 중이었고, 차림새나 표정에서 유추하건대 그것은 그의 오래된 직업같았다. 고된 노동으로 힘든 그의 표정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뒤로 보이는 안개낀 산의 환상적인 풍경의 조화는 참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나는 비디오를 다 보지 못하고 30분정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35분동안 오로지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그렇지만 딱히 인상을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을 보는것은 마치 나도 그의 노동에 동참하는 듯이 고통스러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리라. (걷고있는 그의 몸에 고정된 카메라의 영상이기에, 마구 흔들리는 영상을 오랫동안 보는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든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바로 옆쪽에 A라는 이름의 비디오가 있었는데, 사실 이미지가 지루해보여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Bearing을 보는 내내 A의 배경음악이 들려왔다. Lyle perkins의 음악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이 음악은 bearing의 영상과도 꽤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A는 같은 작가의 2002년 작품,  Bearing은 2007년작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이 두 작업을 소리가 섞이게 배치한 것에서 큐레이터의 센스가 느껴졌다.)


전시회장 이미지
http://www.esba-nantes.fr/ACTU/SEM195/HTML/

불어판 보도 자료 다운로드
www.esba-nantes.fr/ACTU/SEM192/DP.pdf

Eberhard Havekost의 superstar 2 상세정보
http://www.artnet.com/ag/fineartdetail.asp?wid=425153915&gi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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