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Days in New York 2012

2013년 6월 20일 목요일 § 0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줄리 델피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2 Days in New York".  영화관에 상영중일때 보려고 벼르다가 너무 바빠서 못 보고 이제야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가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의 속편인 줄은 모르고 봤는데, 줄리델피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가 같은 배우인데다 몇몇 대사가 전편의 내용과 이어지기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검색을 해보니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오리지널 제목이 "2 Days in Paris" 였다.

  프랑스에 와서 살기 전에 이 영화를 봤으면 어땠을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덧 프랑스에 있은지도 몇 해가 흘렀고 저런 캐릭터들이 실제로 이곳에선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참 공감하며 즐겁게 봤다. 엘리베이터에서 대마초를 피는 로즈의 모습은 며칠 전 내가 음악원에서 자리안내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음악원 내부로 잎담배를 피며 들어오던 어느 아줌마를 떠오르게했다. 같이 일하던 프랑스친구들이 아주머니께 공연장내에서 흡연은 불가능하니 나가달라고 제지를 했고, 아줌마도 허허 웃으며 알았으니 다 피고 다시 오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 프랑스 친구들도 다들 헛웃음을 지으며, 저건 좀 심했다- 말도 안됀다 라고 말했지만, 이는 정말 프랑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수업시간 중에 창문도 열리지 않은 교실에서 담배를 피는 아이들도 있고, 교수들도 수업 중간중간 담배를 핀다. 길을 걸으며 피우는 사람은 물론 여기저기 예상치못한 곳에서도 흡연자들은 출몰한다. 한국이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그나저나 영화속에 마리옹(줄리델피)의 아버지 역할로 나온 배우의 이름이 '알베르 델피'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익살스럽고 능글맞은 할아버지가 진짜 줄리델피의 아버지라니! 백발에 육중한 몸매를 가진 70살은 되어보이는 할아버지의 눈빛에 서린 장난끼가 사랑스럽게까지 느껴져 예사롭지 않았는데, 역시 줄리델피가 아버지의 미모와(젊었을 적 매우 미남이었다) 장난끼, 사랑스러움을 몽땅 물려받았나보다.

(너무 웃겼는데 야해보일 수도 있어서 작은 화면으로! 프랑스영화에서 가슴노출정도는 정말 별거 아니다.)

그 밖에 몇몇 장면은 조금 뻔하고 과장되게 그려낸 부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이 과장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이 보면 단점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 프랑스인들의 여러 특징들을 어떤 애착을 담고 사랑스럽게 담아낸 듯한게 보여 기분이 좋았다. 나도 벌써 프랑스란 이상한 나라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나쁘게 보면 야만인처럼 보일 수도 있는 특징들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걸 보면.
 
줄리델피는 내가 정말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배우들 중 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어떤 역할이든 어떤 내용이든 그녀가 출연했다거나 그녀가 만들었다고 하면 별 고민없이 그 영화를 볼 것 같다. 이유는 단지 그녀의 웃는 모습이 너무 좋고,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사상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등 모든 것이 좋아서 이다. 말이 나온 김에 시간이 없어 못봤던 그녀의 초기작들도 다시 한번 체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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